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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あめ§ 리뷰/-영화

[도가니 리뷰] 도가니속 가려진 한마디들





도가니.
그릇이다.
한번 달궈지면 그 열을 잘 잃지 않으면서도 본인의 모양도 변형되지 않고 안에 들어온것들을 부글부글 끓여 뜨거움을 잃지 않게 한다.
흔히 흥분이 고조되어있는 상태를 도가니속이라고 한다.
그리고, 영화 도가니 속의 자애학원은 마치 모래지옥과도 같은 그 도가니 속이다.

본 영화의 스포일러는 물론 내용 자체도 상당히 담겨있는 리뷰이므로 차후 영화를 보고자 하시는분께서는 닫기를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장면 하나. 터널과 안개

 1.석탄을 실어나를듯한 검은 열타차가 오고가는 터널을 기점으로 관객은 영화의 배경인 무진에 도착한다.
 어둠의 터널에서 겨우 빠져나온듯한 한 남자아이는 미처 아침의 빛을 보기도 전에 기차에 치어 숨지고 무진에 임용되어 교사로 발령받은 강인호(공유분)는 고라니 한마리를 로드킬 하게 된다.
 관객은 교묘하게 편집된 이 영상에서 아이는 인호의 차가 아닌 기차에 치었다는것을 알고 있음에도 인호가 아이를 치게 만든듯한 느낌을 받게된다.

 2. 무진에는 끝없는 안개가 깔려있다. 
 안개가 깔려있어 어딘질 모르겠다는 말에 인호의 어머니는 '그곳이 무진이 맞다' 라고 말한다.
 영화 전반에 걸쳐 '제 3자'의 시선을 대표하는 인호의 어머니는 말한다.
 갈길을 잃고 아내의 죽음에도 그저 그림만을 살던 공유가 아직 안개속에서 갈길을 찾지 못하고 있자, 주변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도 네가 있을곳은 그곳이 맞다 고 .
 그리고 그 안개속에서 결국 인호는 차로 어린아이로 오버랩되는 고라니를 치고만다.
 주변에서 뭐라 말해도 혼란속에서 계속 살아 나갔다면 언젠가 인호는 고라니처럼, 민수의 동생처럼 누군가의 목숨을, 목숨과도 같았던 것을 그렇게 지워버리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장면 둘. 교장실

 1. 어머니의 말을 듣고 난을 들고 찾아간 교장실의 입구.
 그곳에서 민수를 무참히 짓밟던 박선생, 그리고 그것을 함구하던 교장과 행정실장을 인호는 목격하게 된다.
 박선생이 아이를 데리고 나가자 어둠에 쯤 가려진 행정실장이, 그리고 그 뒤에 서있던 교장이 차례대로 그에게 손짓을 한다.
이리 들어오라고.

 2. 영화에서 교장실은 악의 도가니.
 그저 교장이 업무를 보는곳, 성폭행이 자행되는곳을 넘어선 무진시 그 자체가 응집되어있는곳이다.
 온갖 범죄와 비리가 자행되는곳.
 그곳에 있는사람은 교장과 행정실장으로 대표될뿐이지 박선생이고, 형사이고, 판사이고, 교장의 아내이고, 기숙사 사감선생이고, 무진시의 모두이다.
 두사람이 손을 흔들어 인호를 부르는것은 그저 안으로 들어오라는 의미를 넘어서 
 "신경쓰지마. 너도 우리랑 같은편하자"
 라고 속삭이는 두사람의 유혹을 뜻한다.
 단순히 정의의 편에 서기엔 너무 가혹한 현실 
 하지만 너무 현실의 편에 서기엔 너무 무너지고 있는 정의
 그곳에서 인호는 현실로 가기위한 난의 화분을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첫 도구로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관객들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관객들뿐 아닐것이다. 
 장애학생들의 편에 선 모든 사람들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통쾌함을 맛본다.


장면 셋. 민수의 할머니

 기숙사감이 민수의 할머니와 합의를 마치고 나서 비춰지는 주름 깊게 패이고 백발 성성한 민수 할머니의 뒷모습.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다지만 그 늙은 모습에서 비춰지는 무거운 마음과 롱테이크는 그 어떤 합의와 사건의 종결이 있을지라도 본인들은, 가족들은 그리 짧게 사건을 받아들일수는 없었을것이라 영화는 말하고 있따.

 장면 넷. 민수의 장례식

 민수의 장례식에는 영화의 모든 말이 담겨있다.
영화에서 궁극적으로 말하고자하는것을 대부분 마지막 장면에 한번에 몰아넣었다.
영화 내적인것도, 영화 외적인것도.
 1. 시위대와 전경과 시민들
 말하고자하는 바는 간단하다. 피해자는 장애 학생들, 가해자는 선생들과 그들의 앞잡이인 판사로 대표된다.
 하지만 정작 이들을 대표하는 시위대와 전경의 몸싸움이 벌여졌을때
 판사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더럽혀지고 겁을 먹었을지언정 아무것도 변한게 없다.
 아니다 오히려 살수차 덕에 차는 다시 깨끗해졌고, 판사는 옷깃 털끗한군데에도 먼지조차 닿지 않았다.
 그리고 정작 몸싸움을 벌이고 뿌린물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은것은 시위대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전경들 뿐이다.
 (세단으로 둘러싸인)판사-전경-시위대로 대표되는 이 장면에서 말하고싶었던것은 비단 영화적인 문제만은 아니었으리라.

 정작 시위대와 전경들이 박터지게 싸워봤자 지나가던 시민들은 그저 제 3자일 뿐이다.
 그렇다.
 우리가 아무리 분노하고 슬퍼하고 서명운동을 해봤자 우리는 그 길가에서 팔장끼고 무슨일인지 쳐다보던 시민들에 불과하다.
정의의 사도도, 범법자도 아닌
그저 무관심한 제 3자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몰라왔고 조금지나면 다시 모르게될 제 3자에 불과하다.

2. 그런 우리들에게 인호는 무엇을 말하는가.
 몸싸움이 격력한 현장에 인호는 민민의 영정을 들고나와 이야기한다.

 "이 아이는 청각장애인입니다. 아무것도 들을수도 말할수도 없습니다."
 이 이야기를 세번 네번 되풀이한다.

 인호는 왜 "이 아이는 억울하게 폭행을 당하고 억울한 죽음을 당했습니다" 라고 말하지 않고
 그저 이아이는 아무것도 들을수도 말할수도 없는 청각장애인이라고만 되풀이 했을까.
 
 영화는 말하고있다.
 억울한 죽음에 분노하라는것 보다
 이 억울함에 맞서 싸워달라는것보다
 그저 이 아이로 대표되는 이 가슴아픈 사건을 잊지 말아달라고.
 모두의 기억속에서 억울했던 아이들과 사건이 있었노라고 잊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인호는 민수의 영정을 떨어뜨리고, 민수의 영정은 누군지도 모를 사람의 신발에 밟혀 깨지고 만다.



마지막 말___

 영화는 잘만들어졌다.
 생각할것도 충분히 던져줬고, 러닝타임동안 다른종류의 아픔과 슬픔도 줬고 문제의식도 만들어줬다.
 다른이미지였던 공유를 비롯하여 특히 아역들과 악역들의 연기, 영화 전반의 분위기도 나무랄데가 없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지금처럼 평점 만점에 가까워지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바 만큼만은 제대로 받아들여줘도 될만한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마 조두순 사건때처럼 현실적인 제도 그 어떤것으로도 그들을 벌줄 방법은 전무할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을 잊게 그냥 두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1"슬퍼한다고 뭐가 달라지냐. 그저 사람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어 영화를 팔아먹으려는 수작이다" 라고 평하고 있지만
 영화를 돈을 벌어먹으려 100퍼센트 수익성 영화를 만들려 했다면 어차피 픽션인거 이런결말을 만들지도 않았을것이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전혀 나쁠건 없다. 
 뭐가 달라지냐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할 거리가 받아들이기 거북한 진실이라고 해서 징징대는 잉여보다 모두에게 이런문제가 있었다 그저 언급만 해 주는거로도 세상은 밝아질것이라는 긍정적 사고가
 방구석에서 뉴스보면서 저짓은 왜해 쓸데없이...라고 말하는 잉여보다야 낫지.
 돈을 내주지 않아도, 가서 보듬어주지 못해도 한사람이라도 더 경각심을 갖는데에서 세상은 변한다.

 모쪼록 이 사건으로 마음을 앓았을 모든사람이 편안히 쉴수 있기를 바란다.
 돌아다니다가 우연찮게 발견한 유학과 유교도 구분못하는 삼국지 오타쿠 찌질이새끼야
 부모님께서 얼마나 대단하시면 전해지지도 않는 책을, 그것도 병법서 의학서 철학서 사상서 가리지 않고 읽게 해 주시고 열심히 교육시키신듯 한데 자식이 자신을 욕먹게 하고 다니는걸 아실른지는 모르겠다만 
신께선 너도 용서하실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