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あめ§ 리뷰/-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욕하지말라. 동정하지말라.



2004년作
이누도 잇신 감독, 츠마부키 사토시 주연의 일본영화
편하게 보려면 편한 분위기로, 꼼꼼히 뒤져가며 보려면 어렵지만 깊이 숨어있지 않은 예쁜 비유와 상징들로 장식됐다 생각하는
당시 군대가있었다는 이유로 너무 늦게 접하게된 주옥같은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1. 사랑-




 영화에는 전반을 좌우하는 가장 커다란 장치이자 커다란 걸림돌이 놓여져있다.
 조제는 알수없는 장애로 걸을수 없는 여자 아이다.
  관객들은 그녀가 다리를 쓸수없는 장애우라는 사실에 사로잡혀 모든 사건이 끝날때까지 이에 실려간다.
 감독은 이를 비웃으며, 이를 어루만지며 말한다
 사로 잡히라고 만든거지만, 사로 잡히면 안돼- 라고

 


 츠네오는 왜 조제에게 반했을까.
 츠네오는 언제 조제에게 반했을까.
 자신을 조롱하는자들에게 할수있는 최대의 반항인 부엌칼을 품에안고 할머니의 유모차에 실린 조제의 모습은 츠네오의 머리속에 강렬하게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모습은 사랑(또는 동정)을 불러내기에 적합한(또는 성공한) 이미지는 아니다.
 츠네오가 그녀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것은  할머니가 그에게 밥을 권했을때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 알수 있다.
 또한 어쩔수 없는 마음에 코타츠앞에 앉아 밥을 기다리면서 요리를 하는 그녀의 모습이나 나올 요리에 대한 궁금증을 찾을수 없다는 것을 통해서도  츠네오는 조제 보다는 처음와본, 모두가 궁금해하는 할머니와 손녀의 집을 그저 신기한 눈빛으로 둘러보고 있을 뿐 조제의 얼굴은 화면에 비쳐지지도, 또 보려고 하지도 않는다.
 아직 츠네오의 시야에 그녀는 들어오지 않았다.

 


 의자에서 내려와 방으로 가 책을 읽는 조제도 그저 안보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밥을먹고 난 후의 츠네오는 달랐다.
 츠네오는 국과 계란말이와 밥과 야채절임
 그녀의 요리솜씨덕에 비로소 그녀의 존재를 인식하게된다.




 츠네오가 조제를 위해 유모차를 수리할때 작은 궁금증이 생긴다.
 왜 츠네오는 유모차를 밀고 달리는 길이 아닌 유모차 뒤에 보드를 달아 발을 구르게 되었을까.
 이후 학생들이 오가는 길을 달리고
 밀고 달리는것이 아닌 유모차에 함께 올라타 달리는 모습은
 그렇게 달리다가 공원에서 함께 넘어지는 모습은
 츠네오가 조제를 장애인으로서 보살펴 밖으로 데려 나왔다기 보다는 마치 함께 자전거를 타는 연인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츠네오는 걷지 못하는 조제를 데리고 나와 보살피며 구경을 시켜준것이 아니라
 조제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길을 달리듯 평범한 바깟나들이를 한것 뿐이었다.
 
 


 집수리가 있던날
 여자친구와의 다정한 모습
 그리고 조제를 놀리듯 아무렇지 않게 나누었던 과거의 담소를 들으며 여느 사귀기 전의 연인처럼 츠네오는 다코야키를 들고 조제를 달래려하고, 조제는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그들의 사움은 흔히 있을수 있는 싸움이었지만 이들은 여느 연인들처럼 이들은 화해할수 없었다.
 이유는 조제에게도, 츠네오에게도 있지 않았다.
 '유독' 조제에 대한 피해의식이 강했던 할머니 덕에 둘은 만나지 못한다.
 츠네오와 조제의 만남에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서로에 대한 마음'이 아니다.
 가족조차 버릴수 없는, 가족마저 가지고 있는 '주변사람들의 편견' 이다.


 다코야키는 카나와에 홤께 먹어버린다.(물론 전부 먹지는 못하지만)
 특별히 사과도 없었고 변명도, 해명도 없었다.
 다른 여자아이들과 헤어질때처럼 츠네오는 그냥 집으로 돌아와 카나에와 시간을 보낸다.




 츠네오가 여자친구와 헤어지는 장면은 잘 등장하지 않는다.
  카나에와의 이별은 본인의 입을통해 조제에게 전해질뿐이며
 그 전 여자친구와의 이별은 언급조차 되지않고 여자친구가 카나에라는 발언을 통해서만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쉽게 이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것 보다 훨씬 더 쉽게 이별함을 알수 있지만
 신입생 환영회에서 카나이군을 보며  '겨우 잊었는데' 를 외치며 츠네오는 울부짓는 츠네오의 모습은 조제가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그에게 다가왔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녀는 동정심을 유발할 나쁜일을 당한적도
 특별히 커다란 불편함을 츠네오에게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게 츠네오와 조제는 여느 남녀처럼 아무렇지 않게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다.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랑을 만났을때 다른사람들이 하듯 츠네오는 조제를 부모님께 소개시키려 한다.
 그의 행동에는 도리어 주변 사람들이 그를 이상하게 생각할정도로 거리낌이 없다.
 츠네오는 말한다.
 '장애를 가진 내 사랑' 이 아니라 '내 사랑' 인데 뭐가 문제라는거야?




 츠네오와 여행을 떠나는 조제는 아기와 같은 모습이다.
 밖에 나가는것 이라곤 이불덮인 유모차가 전부였던 조제는 모두들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보는 터널과 바다에 목소리가 떨려하고 닫힌 수족관에 슬퍼한다.
 이미 긴 시간을 조제와 함께 보내며 점점 조제를 대하는 행동이 여느 애인을 대하듯 하는 츠네오의 행동에는 거리낌이 없다.
 여느 연인처럼 짜증났을때는 소리를 지르고
 여느 연인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꼬부랑 할아버지가 된 미래를 약속한다.
 여느 연인처럼 사랑이 식자 부모님께 소개하는것을 포기한다.
 그녀가 장애인이라 포기한것이라면 애초에 소개여행을 출발할 생각도 하지 않았을것이다.
 그리고 다른 연인들이 그러하듯
 미안한 일을 저지르자 사랑하는 사람이 화장실에 앉아있는 더러운모습조차 끌어안아줄수 있는 미안한마음으 솟아오른다.
 



 관객들은 분노한다.
 어떻게 조제한테 저럴수가 있을까.
 그들의 절반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가는 조제에게 보내는 안타까움으로
 나머지 절반은 장애우인 조제에게 보내는 연민으로 슬퍼한다.
 그리고 후자를 영화는 비웃는다.
 츠네오는 보통의 여자와 사랑하듯 사랑할 뿐이다..
 그녀가 장애우이기 때문에 츠네오가 그녀를 더 동정하고 사랑할 필요는 어디에도 없다.




 조제와 츠네오는 1년하고도 몇개월이 지나자 이별을 맞이한다.
 떠나는 사람도 남는 사람도 미련없어보이는 담백한 이별이었다.
 관객에 대한 조롱은 마지막 장면 극에 달한다
 
 어렵지 않게 설명이 되었다.

 츠네오가 조제를 동정했다면 일어날수 없는 일이지만
 츠네오는 그저 조제를 한 여자로 대했기때문에
 그저 언제나처럼 이별한것 뿐이었다.
 그리고 다른여자들에게 했던것과 달리
 다시돌아온 전 여자친구의 앞에서 진심을 다해 울며 지나간 사랑에 대한 슬픔을 뿜는다.
 
 그렇게
 츠네오는 카나에게 가 또다른 사랑을 시작했고
 조제는 데굴데굴데굴 다시 살아가기 시작했다.